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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줄은 금관 특별전 줄입니다. 일반 전시 관람하실 분은 바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2일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연 경주국립박물관에 ‘오픈런’(문을 열기 전에 기다리다 입장하는 것)이 이어졌다. 이날 처음으로 일반 관람이 가능해진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보기 위해서다. 아펙과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104년 만에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은 자연체 이번 특별전은 지난달 28일부터 열렸으나 그동안은 아펙 참가자들한테만 공개됐다.
특별전을 보려는 관람객 줄은 신라역사관에서 시작해 건물 주변을 둘러 성덕대왕신종 앞을 지나 박물관 입구 앞까지 한참 이어졌다. 일부 관람객은 새벽 4시께부터 박물관 주차장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박물관의 정식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지만, 이날 특별관은 오전 생애첫주택구입자금 9시50분부터 인원을 제한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다음날인 2일 재개관한 경주국립박물관에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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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줄 맨 앞에 선 주인공은 김영희(71·대구)씨 부부다. 김씨는 “역사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전시를 일찍 보고 싶어서 한달음에 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물로 준 금관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어 설렌다”고 말했다.
달마다 역사 답사를 떠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은렬(5 신용불량자가되면 1)씨는 경남 진주시에서 초등학생 18명을 데리고 특별전을 찾았다. 금관 모양 머리띠를 한 유씨는 순서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에게 신라 금관 6점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유씨는 “원래 경주 대릉원 등 답사 일정이 있었는데, 특별전을 보고 싶어 일정을 앞당겼다”며 “104년 만에 열리는 전시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한 어린이는 들뜬 목소리로 “천마 새내기 직장인 총 금관이 제일 기대된다”고 말했다.
2시간 넘게 기다려 전시를 본 관람객들은 화려한 금관을 보자 탄성을 질렀다.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금관과 금허리띠 등 전시품을 카메라에 담고, 진열관 뒤쪽에 서서 금관을 머리에 쓴 것처럼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있었다.
2일 경주국립박물관에서 신라 금관 6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 일반에 공개된 가운데 특별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전시실 출구 쪽에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주성미 기자
예상보다 긴 대기줄에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박물관에 온 이원경(48·부산)씨는 “특별전을 보고 싶어서 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며 “박물관에 자주 오니까 다음을 기약해야겠다”고 했다.
일반 전시만 둘러보려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전시실 출구나 복도 유리창 너머로 멀리서나마 금관을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한 관람객은 “이후 일정이 있어 줄을 설 시간도 없고 엄두도 안 난다. 이렇게나마 본 거로 마음을 달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몰리면서 금관 특별전은 대기 접수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날 낮 12시50분께 이마저도 모두 마감됐다.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2일 오전 사람들이 한미·한중정상회담 장소인 경주국립박물관 부속건물을 구경하거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성미 기자
박물관 야외에는 오성홍기가 곳곳에 걸려 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날 열린 한중정상회담의 여운을 남겼다. 한미·한중정상회담이 진행된 박물관 부속건물도 관심을 끌었다. ‘천년미소관’ 현판이 걸린 부속건물 내부 물품은 대부분 철거되고 정상회담 테이블만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시설 내부를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거나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경북도는 조만간 이곳을 아펙 관련 기념 전시 공간으로 꾸며 공개할 계획이다.
송창훈 경주국립박물관 고객지원팀 주무관은 “특별전을 찾는 관람객이 많을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어 더 많은 분이 찾아주신 것 같아 기쁘다”며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관람객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특별전을 단 한명의 정상급 지도자도 관람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애초 지난달 29일과 1일 박물관 특별전 전시관에서 잇따라 열린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앞뒤로 따로 5~10분 정도 정상들의 특별전 관람 시간을 배정하려 했으나, 실제 일정이 예정보다 크게 지연돼 포기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시간가량 늦게 박물관에 지각 도착했고, 시진핑 중국 주석은 정상회담이 1시간을 넘기면서 장시간 진행돼 관람 시간을 끼워넣기가 난망한 상황이 됐던 것으로 안다”며 “다른 나라 정상들도 일부 관람 의사를 타진했으나, 복잡하게 얽힌 경호와 의전 일정 등의 문제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신 준수반급인 대통령 영부인 김혜경 여사와 캐나다 총리 부인 다이애나 폭스 카니 여사, 존리 홍콩 행정장관 등이 특별전을 돌아봤고, 1일 오후 한중 정상회담 직전에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 중국 고위급 인사 20명도 찾아와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전은 오는 12월14일까지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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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11-0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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